[오마이뉴스 한림랩 뉴스룸] 초고령시대의 역설, 시니어들 "갈 곳이 없다"
  • 등록일 :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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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시대의 역설, 시니어들 "갈 곳이 없다"

도심 '노시니어존' 카페도 등장… 복지관도 프로그램 중심, 이용 '제한적'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중이지만, 일상에서 노인이 머물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상업공간 중심의 도시 구조와 제한적인 복지시설 운영 속에서 많은 노인들은 카페, 공원 등 머무를 만한 장소를 찾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평일 오후 카페 창가에 앉은 김복희(71)씨는 몇 시간째 가만히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앉을 데도, 이야기할 데도 없어. 그냥 커피 한 잔 사서 지나가는 사람들 보며 시간 보내는 거지." 70대 초반의 김씨는 "집에 있으면 더 답답하다"며 "하루종일 TV나 틀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카페로 모이지만, 문제는 이런 여유로운 커피 한 잔조차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에게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OECD의 '2024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39.8 %가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이 적은 노인일수록 머물 공간 선택이 제한되는 현실이다.


과거 종로는 어르신들의 거리였다. 탑골공원과 낙원상가 일대는 장기판과 담소로 활기를 띠던 공간이었지만 카페와 프랜차이즈,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매장들이 늘어나며 노인들이 모일 공간은 점점 사라졌다. 노인들의 대표적 쉼터였던 탑골공원도 공원 내 장기나 바둑 같은 오락 행위를 금지하며 이전처럼 머무르기 어려운 공간이 됐다.


문제는 단순한 쉼터의 부재가 아니다. 상업 공간은 빠른 회전율을 요구하고, 공공 공간은 관리의 효율을 우선한다. 그 사이에서 노인은 소비자로서도, 시민으로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일부 도심에서는 '노시니어존' 카페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환경은 노인의 여가 형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TV와 라디오 청취율은 95%,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은 3.9시간이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평균 시간대가 늘어났으며 85세 이상은 하루 평균 4.5시간에 달했다. 또한 여가문화활동 참여자 중 96.5%가 산책, 음악감상 같은 정적인 휴식활동만을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응답자 4명 중 1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5명 중 1명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와 접근성 부족의 문제인 것이다.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 교실 등의 노인여가복지시설이 23년도 기준 7만455개소로 전년 대비 669개소 증가했다.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빠른 고령화 추세에 늘어나는 전국의 시니어들의 수요를 담아내기는 요원한 현실이다.


게다가, 시설은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고, 이용 시간과 조건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면 신청하기가 힘들고 복지관에 사람이 몰리면 휴식도 쉽지 않다.


물론, 이런 전반적인 추세와 달리 이색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다. 서울 은평구의 '고마워 사랑해 카페'나 경기 화성시의 '노노카페'는 노인이 직접 바리스타로 일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어르신들이 커피를 만들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일상적으로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일부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4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9.2%, 36년에는 30%, 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역 복지시설과 공공 기관이 노인을 위한 일상적 공간을 어떻게 확보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실립니다.한림대 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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